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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 theory

권한과 책임

Junare 2015. 11. 20. 12:17

'S4리그' 프로젝트를 맡고 있을 때의 몇 년도 더 된 일이다.

한국과 유럽, 두 개의 권역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저 DB의 구조를 변경해야 할 일이 생겼다. 개발 입장에서는 향후 개발의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서비스 관점에서는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칫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은 S4리그 프로젝트를 유지하게 만들어준 시장이었기에 더더욱 서비스적으로 중요한 시점이었다.

당연히 사업 PM은 DB 구조 변경에 대해 반대를 했었고, 한동안 이 안을 두고 사업팀과 개발팀이 옥신각신했다. 어쨌든 해당 작업은 개발과 사업의 영역에서 개발쪽에 해당 하는 것이라 결국에는 사업 PM이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사업 PM은 전화 통화로 동의의 뜻을 전했고, 그 끝에 이런 말을 했다.

"다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니, 만약 문제가 생기면 PD님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실무자 간에 처음으로 '책임'이라는 단어를 들은데다가 저 단어 특성 상 문맥이 민감해질 수 밖에 없기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멈칫하고 있었더니, 사업 PM도 말을 너무 강하게 했다고 생각했는지 첨언을 했다.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을 위해 PD님께서 선봉에 서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입니다."


멋진 말이다. 나는 이날 이후 '책임'을 저렇게 정의내리고 있다.
단순히 옷을 벗거나 관련자들에게 평가 절하되는 그런 명예의 실추가 책임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그 누구보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책임이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책임의 정의를 잘못 내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결정을 했으니 잘못되어도 내가 욕을 먹지 않겠냐는 경우, 내가 만든 회사라 망했을 때 누구보다 손해를 입으니 그게 곧 책임이지 않겠냐는 경우도 그렇다. 일이 잘못되면 자기가 옷을 벗겠다고 하는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책임이라는 것이 누가 지겠다고 명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 기여를 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 기준에서 어떤 사람들이 같이 책임을 지게 되고, 그 중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된 책임을 기준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권한이행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R&R (Role & Responsibility)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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